주말에 아버지 제사가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일요일에 내려왔다.
금요일 연구원에서 덧통에 프레임에 꿀이 얼마 정도 찼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요일인 어제는 꿀이 가득하리라 생각했다.
거의 매일 같이 두세 번 양봉장에 가서 검사하였지만, 주말에는 토요일 하루 가지 못하였기에 일요일 양봉장에 가는 기대감이 더 컸다.
어제는 아아들에게 벌을 좀 보여 주고 싶어서 데리고 갔다.
큰 애보다 작은 애가 더 호기심 있어 했다. 무서운지 몰라서 그랬을 리라 생각한다.
애들은 운동장에서 놀게 하고, 나는 본격적인 내검을 시작하였다.
덧통을 통째로 한쪽에 옮겨 놓고 단상을 딱 보니 헛집이 보인다.
헛집을 제거해 주고, 총 7장의 소비를 확인하였다. 오늘 주로 확인한 것은 꿀의 양과, 왕대의 존재 유무, 그리고 수벌 집의 제거이다.
헛집을 제거하고 바로 격리판 다음 첫번째 장을 보니 여왕벌이 보였다. 오늘은 쉽게 일이 끌나리라 생각했다. 근데 좀 가볍다.
두 번째 장을 보니, 이번에도 가볍다. 벌도 성충이 돼서 우아를 한 것 같다. 벌도 우아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적당한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세 번째 장도 가볍다. 꿀이 없다. 대신 벌이 엄청 많다. 격리판을 넘어서 벌들이 엄청나게 쏟아진다. 애들이 꿀은 안 모으고 산란만 했나 보다. 꿀도 없는 것이 애들이 먹어 치운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단상을 정리하고 덧통을 검사하기로 한다.
단상에 덧통을 올리고 기대하던 덧통의 프레임을 살펴보았다.
아 그런데, 금요일만 해도 프레임에 꿀이 가득했는데, 꿀이 안 보인다. 위쪽은 밀개를 하였지만, 중간 아랫부분은 꿀이 없고 아주 깨끗하다.
난 생각했다. 내가 잘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고, 그리고 두 번째 장,, 세 번째 장 모두 확인하였는데, 역시나 기대하던 밀개한 프레임이 아니고 거의 절반이 다 비었다. ㅡㅡ
난 다시 생각했다. 벌들이 태어나서 벌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아카시아가 지면서 먹이가 부족해 꿀을 먹었으리라, 그래서 아카시가 질 때 다들 채밀을 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내가 범한 실수는 꿀을 재 때 채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난 숙성 꿀을 먹을 것이라고 다짐하였는데, 이리 되면 좋은 숙성 꿀은 못 먹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실망감을 감추고 나는 좀 더 생각했다. 이렇게 벌들에게 아카시 꿀을 뺏길 바에야, 하나는 먹어보자. 닷 통에 있는 프레임 장 중에서 가장 실한 놈으로 하나 고르고 빼 냈다.
그리고 붙어 있는 벌들을 잘 뜯어내고 가져가기로 했다.
아래 사진은 넘쳐나는 벌이다. 격리판 놈으로 벌이 엄청나다.
내가 가장 실하다고 생각했던 프레임 한 장이다. 위와 가운데 쪽에 밀개를 하였다. 좋은 꿀이다.
대표
벌을 관찰하는 아이들
옆 창에서도 벌들이 가득한 게 보인다.
프레임을 집으로 가져와서 채밀해 보았다. 아주 좋은 황금색 깨끗한 꿀이 나왔다. 향이 너무 좋고, 올해 묽은 꿀이 나왔다고 하는데 우리 꿀은 아주 좋아 보인다. 당도도 넘 달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프레임에서 꿀이 나오는 모습이다. 프레임에 꽂는 튜브를 깜빡해서 바로 나오게 헸는데 잘 나온다.
본래 프레임에 꿀이 가득 차면 3킬로 정도가 나오는데, 어제 플로 하이브에서 짠 꿀은 1.5리터 정도가 나왔다.
이 프레임은 오늘 아침 다시 벌통에 넣어 주었는데, 오후 12시에 가보니, 벌들이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 사람도 하기 힘든 정리를 벌들은 기막히게 빨리 잘 하는 것 같다.
남은 5장의 프레임은 그냥 쭉 놔둘 참이다. 오늘 보니, 또 꿀이 많아졌다.
어제 꿀을 벌들이 먹은 것이라고 했는데, 오늘 좀 더 알아보니, 사실은 이랬다.
벌들은 외역 분과 내역 벌이 있고, 외력 벌은 밖에서 생활하는 벌, 내역 벌은 안에서 일하는 벌이다. 외력 벌은 꽃에서 꿀을 따면 소문에서 가장 가까운 소비에 꿀을 저장한다. 내 일벌들은 단상에 있는 꿀을 다시 2층 닷 통으로 옮긴다. 꿀이 많으면 빨리빨리 우선 옮긴다. 덧통에서도 수문 쪽에서 가까운 위부터 꿀을 다시 정리해서 채운다. 벌들은 입으로 먹고 뱉고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이러면서 꿀은 벌들의 침과 섞이고 숙성되고, 물은 증발하면서 점도가 생기고 당도가 높아진다. 이걸 오늘 알았다.
어제는 벌들이 주말 동안 아카시아 유밀기 때 벌통에 가득 쌓아 놓은 꿀들을 다시 잘 정리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아카시 꿀이 묽었기 때문에 덧통 프레임에 꿀이 여기저기 많게 보였고, 수분도 많아서 무겁게 느낀 것 이고, 다시 벌들은 이것을 정리하고 수분을 정말 시키면서 아래쪽에 있는 꿀을 위로 옮긴 것이다. 난 이걸 보고 꿀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꿀은 순 꿀(pure honey0이다. 순꿀은 수분이 많은 넥타를 살짝 끓여 주어 점도를 유지하고, 끓으면서 위로 떠오르는 부유물과 화분을 제거해서 아주 순수한 꿀만 남게 한 꿀이다. 대부분 상업적인 양봉가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장점은 다량의 꿀을 적기에 많이 생산 가능한 것이며, 단점은 꿀 속에 미생물이 죽어서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순 꿀은 설탕처럼 하얀 응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슨 꿀에 대응하는 꿀은 생 꿀(raw honey)이다. 산꿀은 열처리를 하지 않은 꿀로 벌통에서 바로 나온 꿀을 의미한다. 수분이 많으면 점도가 없어 꿀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숙성이 되어야만 생산이 가능한 꿀이다. 그리고 다시 미세하게 걸러서 부유물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생 꿀은 숙성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되고, 생산량이 슨 꿀보다 적어 더 고가이다. 그렇지만 정말 좋은 꿀이 생 꿀이다. 생꿀은 차가운 온도에서는 하얀 침전물이 생길 수 있는데, 뜨거운 물에 꿀을 담가 두면 다시 꾸러 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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